[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방송인 정치인 등 유명인사를 향한 악성 댓글 이른바 '악플'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기 급상승 중인 캐릭터 '펭수'를 향한 악플도 쏟아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20일 아시아경제가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확인한 결과 일부 누리꾼들이 펭수에 대한 불호 표현을 넘은 악성 댓글을 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누리꾼은 "고작 인형 탈 쓴 XX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이렇게 인기를 끄는 게 말이 되냐"면서 "역시 X 같은 조선 수준 알만하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펭수도 곧 망할 텐데 언제 망할까"라며 "여기저기서 '펭수 펭수' 거리니 지겨워 죽겠다. 빨리 눈앞에서 사라졌으면"이라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펭수 좋아하는 X들도 진짜 할일 없나", "인형 탈 알바에 열광하는 거 한심하다", "펭수 그냥 캐릭터일 뿐인데 선 너무 넘지 않았나. 그냥 나오지 말길" 등 비난과 조롱을 이어갔다.
펭수는 EBS가 4월부터 EBS 채널과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서 선보인 캐릭터다. 펭수는 스타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한국까지 헤엄쳐 온 키 210㎝의 황제펭귄으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자이언트 펭TV' 채널은 개설 7개월 만에 구독자 수 77만 명을 기록했다.
펭수는 최근 '직장인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20·30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자)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낸 '펭수 어록'이 펭수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펭수 어록으로는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눈치 챙겨", "공부는 많이 해도 좋지만 너무 많이 해도 안 좋다",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 된다"는 등 발언이 있다.
일반 시민들은 펭수를 향한 비난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펭수를 좋아해 최근 출시된 카카오톡 이모티콘까지 구매했다는 직장인 A(29)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펭수를 욕하는 댓글들을 본 적이 있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 펭수를 좋아하라는 말이 아니다. (악성 댓글을 남긴 사람들 중) 몇몇은 나보다 펭수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다"라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게 본인의 시간과 감정을 다 쓰면서까지 비난하는 행동이 이해가 안 됐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학생 B(19) 씨는 "캐릭터에 그런 증오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다"며 "만약 나였으면 스스로가 한심해서 참을 수 없었을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펭수도 결국 누군가가 인형 탈을 쓰고 있는 거고, 사람이 목소리를 내주는 것 아니냐"며 "생명체가 아니니까 펭수를 욕해도 되는 게 아니다. 결국 누군가는 악플에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악플을 단 경험이 있다고 밝힌 사람 2명 중 1명은 '인물 또는 해당 부분에 대한 분노' 때문에 악플을 단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두잇서베이가 지난달 성인 3162명을 상대로 악플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악플을 단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뉴스 기사(47%)와 SNS(22%)를 통해 악플을 달았다고 밝혔다.
이들이 악플을 단 이유로는 '분노'(55%), '시기 및 질투'(16%), '스트레스 해소'(15%) 등이 꼽혔다. 또 '단순한 장난'도 9%를 차지하며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번아웃신드롬, 외로움 등의 이유로 악성 댓글을 남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나미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방송에서 "온라인 소통이 이렇게 병든 이유 중의 하나는 오프라인 소통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이를 해결하려면 오프라인의 문화를 제대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급하게 살다 보니 지쳐서 그런 것일 수 있다. 번아웃신드롬의 전형적인 증상이 냉소적이고 비판적이고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고 뭐든지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라며 "악플을 이렇게 보면 이 사람 굉장히 지쳤구나, 패배감에 쌓여 있구나, 화가 많이 나 있구나, 그런 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어 "속상하고 그러면 사랑하는 사람하고 함께 욕도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소할 수 있는데 그런 대상이 없으면 모니터에 할 것 아니냐"며 "그러니까 굉장히 외로운 사람들이 악성 댓글을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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